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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한·일 수교 60주년…진정한 '앞마당 이웃'될까
어제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정식 수교한 지 60주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다른 표현으론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라고 합니다. 식민 시대의 굴곡진 역사를 뒤로하고 대등한 나라로서 외교관계를 맺었다는 의미입니다.지난 60년간 양국은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했습니다. 일본은 제국주의 침탈에 사과하는 듯하면서도 총리가 신사참배를 하는 등 헷갈리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일본은 한국에 ‘가깝고도 먼 나라’였죠. 그런데 숫자를 보면 놀랍습니다. 양국 교역액은 작년 773억 달러를 기록하며 60년간 350배 늘었습니다. 한국의 수출국 순위에서 일본은 4위, 일본 수출국 가운데엔 한국이 3위에 올라 있습니다. 인적·문화적 교류도 급팽창했어요. 작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일본인은 322만 명, 일본 방문 한국인은 822만 명에 달했습니다.지금 세계는 미국발 관세전쟁, 곳곳의 군사적 충돌 등으로 인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습니다. 지난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만난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이런 어려움에 주목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일본은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집 같은 관계”라며 “양국이 많은 부분에서 협력하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시바 총리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간단치 않았던 한·일 국교 정상화의 과정과 이후 역사, 현재 양국의 위상을 살펴보고 미래의 한·일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4·5면에서 살펴봤습니다. 극심한 국론분열 부른 한·일 국교정상화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기준점 잡아줘 박정희 정권은 1961년 집권 후 경제개발용 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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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잘생긴 아빠는 나처럼 세상일 헤쳐나갈 줄 몰라"
<못생긴 여자>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어떻게든 예뻐졌고 그래서 행복해졌다. 외모보다 내면이 중요하다” 같은 식상한 스토리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그랬다면 이 작품이 이탈리아 문단 최고의 등용문 이탈로 칼비노상의 2010년 수상작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1년 후 신인 작가의 작품은 이탈리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인 스트레가상의 최종 후보작에 올라 놀라움을 줬다.<못생긴 여자>의 주인공 레베카는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못생겨 거의 괴물에 가까운 외모를 지녔다. 레베카를 둘러싼 어른들의 복잡한 사연과 합쳐지면서 소설의 깊이와 묘미가 더해진다.준수한 외모의 산부인과 의사 아빠가 한눈에 반한 절세미인 엄마, 둘 사이에서 어떻게 괴물 같은 아이가 태어날 걸까. 다지증, 손가락이 5개 이상인 아이가 여럿인 집안의 딸인 엄마는 태어난 아기의 손가락이 몹시도 궁금했다. 다행히 아기는 5개의 손가락을 갖고 있었다. 문제는 아빠였다. 근친혼으로 유전병이 많던 유럽의 명문 가문들처럼 아버지 집안도 그로 인한 유전병이 있었던 것.꿋꿋하게 성장한 레베카결국 레베카는 엄마가 아닌 아빠에 의해 흉측한 외모를 갖고 태어났다. 아빠는 레베카를 돌볼 마달레나 아줌마를 고용하고, 결코 집 바깥으로 나가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 임신했을 때부터 우울증을 앓은 엄마는 레베카를 낳은 뒤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가끔 명랑한 고모가 올 때만 활기가 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이 못생겼다는 사실을 인식한 레베카는 집안에서 조심조심 다니고, 문이 열린 방을 지나치며 엄마를 엿보는 가련한 아이로 자란다.피아니스트인 고모가 어느 날 레베카의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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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경기 살릴 열쇠? 또 다른 부실의 서막?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주도한 민간 채무탕감 기관 ‘주빌리은행’이 부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새 정부 출범 후 금융당국이 시민단체 등 비영리법인도 부실채권을 매입할 수 있도록 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나서면서다. -2025년 6월10일자 한국경제신문-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빚을 조정, 탕감하는 ‘배드뱅크(Bad bank)’ 설립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누적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금융 기구인 배드뱅크를 설립해 연체 채권을 사들여 소각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입니다.금융권에 따르면 2020년 4월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코로나19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만기가 연장된 대출금액은 약 50조원에 달합니다. 이 빚은 코로나19라는 천재지변으로 만들어진 만큼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고, 채무 탕감이 실물 경제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란 게 이재명 대통령이 밝힌 생각입니다. 하지만 경제학계 일각에선 일회성 채무조정이 오히려 자영업자의 자활과 실물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나옵니다.배드뱅크는 은행 등 기존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을 인수한 뒤 이를 정리·재조정하는 특수목적기구입니다. 업계에선 정부가 한국자산관리공사, 신용회복위원회, 민간 재단 등 공공기금이나 비영리법인을 핵심 축으로 금융권으로부터 취약계층 부실 대출을 싸게 사들여 소각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보고 있습니다.구체적으론 주빌리은행 모델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출범시킨 주빌리은행은 채무 탕감을 위해 금융회사의 장기 연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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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국민 안전 지킬게요"…내가 몸짱 소방관
지난 16일 충남 공주시 중앙소방학교에서 열린 제38회 전국소방기술경연대회에서 일선 소방관들이 몸짱 소방관 경연에 참가해 멋진 자세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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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읽는 세상
韓기업 글로벌 경쟁력 추락…위기감 커진 기업들
한국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지난해보다 7계단 하락한 27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20위로 역대 최고 순위에 올랐는데, 1년 만에 전년 수준(28위)으로 내려앉은 것이다. 특히 기업 효율성 분야 순위가 23위에서 44위로 급락해 전체 경쟁력 순위를 끌어내렸다. 기업 효율성 분야 경쟁력은 조사 국가의 기업인을 대상으로 설문한 후 각국 결과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매겨진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상실에 대한 기업인의 위기감이 그만큼 고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IMD는 1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IMD는 매년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및 신흥국 69개국을 대상으로 국가·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해 발표하고 있다. 국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줄 수 있는 역량, 기업은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역량을 평가한다. 우리나라의 전체 경쟁력은 2021년 23위, 2022년 27위, 2023년 28위에 머무르다 지난해 20위까지 치솟은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다시 27위로 내려앉았다.전체 순위를 보면 69개국 중 스위스가 전년보다 1계단 상승하며 전체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위이던 싱가포르가 2위로 내려왔고, 3위는 홍콩이 차지했다. 동북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중국이 16위, 일본이 35위였다.IMD는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4대 분야를 종합해 순위를 매긴다. 한국은 올해 경제 성과(16위→11위), 정부 효율성(39위→31위) 등의 순위는 상승했다. 하지만 기업 효율성은 23위에서 44위, 인프라는 11위에서 21위로 추락했다. 정치는 4류, 정부는 3류, 기업은 2류라고 한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진단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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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타
'감시'와 '처벌'의 공간, 중국 장안성(城)
‘세계 제국의 수도’라 불린 당나라 장안에 사는 사람들은 사실상 애완동물 취급을 받았다. 중국의 전제 왕권은 두꺼운 벽으로 사방이 막힌 방장(坊墻) 속에 사람들을 밀어 넣은 뒤 주거와 통행의 자유는 물론, 생업의 종류까지 통제했다. 유목민족이 농경민족을 지배할 때 말이나 양을 우리에 집어넣듯 사람을 가축 취급한 것이다.당시 장안성은 거주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면적보다 훨씬 크게 조성되었다. 실제 필요보다 과도하게 큰 장안성은 면적이 비잔티움의 7배, 바그다드의 6.2배에 달했다. 그 결과, 장안 남곽 부근 방 39개는 사람이 전혀 살지 않는 빈방으로 놀렸다. 높고 큰 우리를 108개나 만들어놓고선 장안으로 찾아오는 자들로 차곡차곡 채워나간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 속 동물처럼 ‘뚜껑 없는 거대한 상자’인 방 속에서 사육된 셈이다.바둑판형으로 도시를 구획하면서 봉쇄식 방장제를 도입한 장안성은 성곽과 방장을 먼저 만든 후 주민들을 그 속에 들어가 살게 했다. 주민들은 성밖에 사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고, 2개나 4개의 방문을 통해 주간에만 출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만약 주민이 방장을 ‘넘어서’ 외출하면 중죄로 취급해 태장 70회가 가해졌다. 밤에 월장하는 경우에도 태장 20회의 중형에 처했다. 새벽과 저녁에 북 치는 소리에 따라 성문과 방문이 개폐됐고, 모든 주민은 황제가 정한 시간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생활했다.또 방장 속 주민들은 국가가 지정한 일만 해야 했다. 주민들을 분할통치하면서 할당생산제를 추진했다. 각 방장의 문에는 수졸을 배치, 특정 산품을 생산하는 하층민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일정 지역에 주거를 한정시킨 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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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명검의 날은 단련 없이 서지 않는다 [고두현의 아침 시편]
희망가문병란얼음장 밑에서도고기는 헤엄을 치고눈보라 속에서도매화는 꽃망울을 튼다.절망 속에서도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사막의 고통 속에서도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보리는 뿌리를 뻗고마늘은 빙점에서도그 매운 맛 향기를 지닌다.절망은 희망의 어머니고통은 행복의 스승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긴 고행길 멈추지 말라인생항로파도는 높고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한 고비 지나면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여기 드라마틱한 삶이 있습니다. 노숙자에서 억만장자가 된 남자 이야기입니다. 그는 1954년 미국 시카고 인근의 밀워키에서 태어났습니다. 4남매 중 막내였는데, 날마다 의붓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습니다.여덟 살 때부터는 남의 집에 입양돼 여러 곳을 전전해야 했지요. 그나마 용기를 북돋워 주는 어머니와 삼촌들 덕분에 학업은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해군에 입대했다가 제대한 뒤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정을 꾸린 그는 의료기 세일즈맨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했지요. 하지만 의료기 영업은 부진했고, 빈곤 속에서 아내와의 관계도 삐거덕거렸습니다.학력 때문에 해고당한 억만장자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는 우연히 만난 주식중개인의 추천으로 주식중개에 뛰어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학력 때문에 해고당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주차비를 못 내 구치소 신세까지 져야 했죠. 풀려나서 보니 집도 아내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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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부유와 빈곤 사이…'불평등 측정하는 법' 지니계수
“부자와 보통 사람의 차이는 부자가 돈을 더 많이 가졌다는 사실뿐이다.”문학 평론가 메리 컬럼이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에게 했다는 말이다. <맨큐의 경제학>에 나오는 얘기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현실의 빈부 격차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1분위(하위 20% 계층) 소득이 1년 전보다 1.5% 감소한 반면 5분위(상위 20%) 소득은 5.6% 증가했다. 상·하위 20%의 격차는 5.98배에서 6.32배로 벌어졌다. 불평등은 언제나 민감한 문제다. 정부 정책도 많은 경우 불평등 완화를 목표로 한다. 지니계수,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지니계수는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소득 분배 지표다. 0에서 1 사이의 값으로 나타내는데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이탈리아 통계학자 코라도 지니가 1912년 창안했다.지니계수를 이해하려면 로렌츠 곡선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로렌츠 곡선의 가로축은 소득이 낮은 사람부터 높은 사람 순서로 인구의 누적 비율을 나타낸다. 세로축은 저소득층부터 고소득층까지 소득의 누적 비율이다. 소득 분배가 완전히 평등하다면 로렌츠 곡선은 기울기가 45도인 정비례 직선이 된다. 이를 완전 평등선이라고 한다. 현실에서 소득 분배가 완전히 평등한 경우는 없다. 실제 로렌츠 곡선은 그래프의 가로축 방향으로 볼록하게 처진 형태가 된다.이때 완전 평등선과 로렌츠 곡선 사이의 공간을 불평등 면적(A)이라고 한다. 지니계수는 이 불평등 면적을 완전 평등선 아래 직각삼각형(BCD) 면적으로 나눈 것이다. 소득 분배가 불평등할수록 로렌츠 곡선은 아래로 볼록해진다. 그렇게